상온 초전도체 논란

제법 늦었지만, 그래도 이 카테고리에 글을 계속 쓰겠다면 꼭 해야 할 것 같은 이야기라서 가져왔다. 해당 내용은 네이쳐 지에서도 뉴스로 다룬 바 있다.1

우리나라에서는 조용했지만, 외국에서는 최근에 크게 한 바탕 난리가 났었다. 이야기가 약간 길다.

지난 7월 23일 자로 arxiv.org에 어마어마한 논문 초고(preprint)가 올라왔다. 제목은 Evidence for Superconductivity at Ambient Temperatureand Pressure in Nanostructures2 (나노구조체의 상온, 상압 초전도성에 대한 증거). 금 매트릭스(matrix)에 은 나노 입자로 이루어진 박막(film) 및 알갱이(pellet) 물질이 236K(대충 영하 40도 정도)에서 초전도현상을 띤다는 내용이다. 물론 상온 초전도체라는 주제 자체가 워낙 각광받는 연구 주제라서 이전에도 상온 초전도체를 발견했다는 초고는 올라온 적이 있었다. 하지만 이번에는 꽤 ‘명망 있는 연구소’의 ‘제법 훌륭한’ 연구팀의 결과였다3.

여기서 몇 가지 오해를 바로잡은 뒤 이야기를 이어갈 필요가 있는 것 같다.

  1. 왜 놀라운 발견인가. 상온 초전도체가 왜 중요한지는 수많은 매체에서 다뤘으므로 이야기를 덧붙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. 하지만 이 외에도 더 신기한 이유가 있다. 우선 금과 은은 초전도 현상이 알려진 바가 없다. 그리고 왜 초전도 현상이 없는지도 모른다.(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한도 내에서는 그렇다.) 그런데 금과 은을 적절히 섞으면 초전도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은 정말 뜬금없는 발견인 것이다.

  2. 영하 40도면 너무 낮아서 못 써먹는 것 아닌가.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틀린 말이기도 하다. 당장 전국의 전력망을 초전도체로 바꿀 수 있는 정도의 물질은 아니지만 작은 공간에 냉각 능력을 갖춘 채 여러가지 기술에 응용할 정도는 된다. 임계온도가 올라가는 만큼 기술적 제한 요소가 줄어든다는 말이다. 초전도 현상외 헬륨의 기화 온도(약 4K)에서 발견 된 후 초전도 물질의 활용 가능성은 임계 온도가 올라갈 때마다 크게 증가했다. 특히 중요한 온도가 액체 질소 온도 (약 70K)였다. 액체 질소는 싸고 쉽게 만들고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. 영하 40도라면 잘 만든 냉장고로도 초전도 현상을 유지할 수 있다.(실제로 LG전자에서 영하 60도 까지 내려가는 초저온 냉장고를 개발했다!4) 한편으로는, 새로운 종류의 초전도 현상이 나올 때마다 이론적으로나 실험적으로나 무궁무진한 연구 주제가 발생한다. 그리고 새로운 종류의 초전도 현상에 대해서 더 깊이 이해할 수록 더 최적화 된 물질의 합성, 제작 방법을 찾아내기 마련이다. 기존의 초전도 물질들도 이와 같은 역사를 밟아왔다.

여기서 이야기는 한 번 큰 전환점을 맞는다. 논문의 데이타가 조작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. MIT의 Brian Skinner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특정 그래프의 데이터가 이상하다는 지적을 한다.5 Figure 3 의 자화율(magnetic susceptibility) 데이터에서 저온일 때의 노이즈가 고온일 때 보다 크다는 것이다. 일반적으로는 저온일 때 노이즈가 작기 마련이다. 게다가 노이즈 데이타의 궤적이 서로 다른 독립적인 실험 간에 거의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. 특히 파란색 점과 초록색 점 데이터는 척 봐도 ‘똑같아’보인다.

이런 데이터라면 의심을 안 할 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. 일단 해당 초고의 저자들은 초전도 현상에 대한 주장을 굽히는 것 같지 않다. 그러나 초전도 물질의 제작방법이나 실제 수치 데이터는 공유되고 있지 않다. 사안의 중대성을 생각하면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, 동시에 답답하기도 한 상황이다. 이 사건이 새로운 초전도 물리학 연구의 전환점이 될지, 또 하나의 과학 사기극이 될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.

  1. https://www.nature.com/articles/d41586-018-06023-x#ref-CR2 

  2. arXiv:1807.08572 [cond-mat.supr-con] 

  3. 물론 ‘명망’과 ‘훌륭’의 기준이야 사람마다 다르지만 단순히 해당 연구자의 국적을 근거로 연구의 진실성을 의심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. 

  4. https://www.lge.co.kr/lgekor/product/kitchen/refrigerator/productDetail.do?cateId=4120&prdId=EPRD.298733 

  5. https://mobile.twitter.com/gravity_levity/status/1027717419400392705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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